초소책방에 대하여

인왕상 중턱에 단아하게 자리잡은 ‘초소책방‘은 2020년 늦은 가을에 문을 열었습니다. 본래 명칭은 ‘인왕산 초소책방 _더숲II‘입니다. 인왕산 중턱에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건축되어 50년 넘게 경찰 초소로 이용되어온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기에 ‘초소‘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로 산책하는 사람이나 등산객이 찾아오는 외지다면 외질 수 있는 이곳은 무엇보다 시민들이 소통하며 사색하는 쉼터로 자리잡고자 ‘책방‘으로 꾸몄습니다. 물론 커피와 차도 준비되어 있고, 꽤 고급스런 빵도 갖추고 있는 카페이기도 합니다. 한가지 더 ‘더숲II‘가 뒤에 붙은 이유는 2017년 노원에 만들어진 ‘복합문화공간 더숲‘이 새롭게 시작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초소책방의 곳곳에는 기존 경찰초소의 구조물이 남겨져 있습니다. 본래의 경찰초소는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에 세워진 것이기에 분단과 대립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벽돌로 된 초소 외벽의 일부가 2곳에 남겨져 있으며, 초소의 철제 출입문 2개가 그대로 존치되어 있고, 초소의 난방용 보일러를 위한 기름탱크도 초소책방 옆 거대한 바위 아래서 녹슬어가도록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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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책방은 카페와 책방을 가진 조용한 쉼터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문화적 기능을 가지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미술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도 운영될 것이며, 2층에서는 소규모 모임의 공간이면서 간단한 문화적 이벤트도 기획해 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초소책방은 열린 공간입니다. 공공건축가 이충기(서울시립대 교수)가 참여한 이 건물은 어디든 안과 밖이 서로 통하는 유리로 되어 있으며, 사방에 드나들 수 있는 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앞으로 이곳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 공간이 활짝 열려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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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녹색 책방인가?

2003년 개봉된 장준환 감독의 코믹 SF영화의 제목은 <지구를 지켜라!>(Save The Green Planet!)였습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이런 제목을 우스꽝스럽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레이철 카슨처럼 환경 문제를 경고해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경제발전 논리 앞에서 대부분 눈을 감았습니다. 지금은 지구를 살리자! 구하자! 사랑하자! 등의 구호가 어색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구의 변화를 몸소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기후의 변화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더욱 뚜렷해지고 코로나19에 속절없이 당하는 지금은 Green Planet을 구하기에 이미 늦은 것일까요? 이러한 문제를 함께 생각해고자 초소책방은 그 많은 책 중에서도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서고를 꾸몄습니다.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고 그 극복 방안을 생각하는 책에서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우주와 생물에 대해 논하는 고전적인 책까지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서고는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게 구성될 것입니다.

쓰레기, 기후, 오염, 그린, 탄소, 미생물, 나무, 숲, 약, 전염병, 팬데믹, 바이러스, 미세먼지, 멸종, 북극, 남극, 사피엔스, 빙하, 날씨, 온난화, 에코, 바다, 툰베리, 카슨, 플라스틱, 생태계, 식물, 그리고 생명과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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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과 더불어

쉼과 여유,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적절한 공백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향기입니다. 커피 한 잔, 차 한 잔이 은근히 퍼트리는 그 향기. 우리는 그 향기를 통해 생각 또는 무념, 대화 또는 침묵의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초소책방에는 기본적인 커피 음료와 유기농 한국 전통차를 준비했습니다. 아울러 에이드 음료과 한국 전통 음식인 인절미와 호박죽도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산책이나 등반을 하다보면 입이 심심하고, 배가 출출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소책방에는 다양한 베이커리, 디저트, 스낵 등을 준비하였습니다. 맛과 식감과 취향을 만족시켜 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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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풍광을 호흡하며

초소책방_더숲II의 특별함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밖이 초소책방에 풍성한 콘텐츠를 만들어주는지도 모릅니다. 인왕산 중턱에 홀로 가지런히 자리 잡은 초소책방은 사방이 숲과 나무 그리고 웅장한 바위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초소책방을 경험한다는 것은 사계절 모두를 경험해 보아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초소책방은 서울 시내의 빌딩 숲을 은근히 내려다보며 멀리 남산과 눈을 마주치고 있습니다. 때론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하고 때론 청량하고 활기찬 도시의 멋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양쪽의 숲을 뚫고 바라다보이는 서울의 풍광은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야경의 풍취는 또 어떤 맛일까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초소책방에서는 실내에서 조용히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실외에 더 많고 다양한 자리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외에서 커피나 차 한잔을 신선한 공기에 취하여 맛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요?

초소책방에는 작고 아담한 정원이 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굳이 정원이 있을 이유가 있을까만은 누구에게나 발걸음을 유혹하는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번 이 정원에 이름을 붙여볼까 합니다.


정선의 나이는 76세에 그린 《인왕제색도》는 관념적인 풍경이 아닌 실제 풍경을 화폭에 담는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이다. 검은 먹을 사용해 비온 뒤 인왕산의 기암괴석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바위 틈새를 흰 선으로 표현해 사실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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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찾아오세요

초소책방_길목II를 둘러싼 인왕산에는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인왕산로>는 자동차가 다니는 2차선 도로 부암동 쪽에서 올라오면 북악산길 반대쪽 길로 들어서서 사직공원까지 연결되는 도로입니다. <인왕산 자락길>은 인왕산로에 인접해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입니다. <인왕산 숲길>은 자동차 도로와 떨어져서 숲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산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등산로>는 동서남북 여러 방향에서 인왕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등산로입니다. <한양도성 탐방로>는 말 그대로 조선 시대 한양을 둘러싼 도성의 인왕산 코스입니다.

이중 <인왕산로>는 승용차로 초소책방을 찾아올 때 이용하는 도로이며, <인왕산 자락길>, <인왕산 숲길>, <등산로>는 도보로 초소책방을 찾아올 때 이용할 수 있는 길입니다.

[걸어서 오기 ①] 아무래도 초소책방은 산책 또는 등반으로 오는 것이 제 맛입니다.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인왕산 자락길>를 따라서 초소책방까지 오는 길은 대략 1.7km입니다. 중간에 <인왕산 숲길>로 빠져서 오면 거리는 좀 늘어나지만 숲길을 걷는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간에 <인왕산 전망대> 부근에서 등산로를 따라 다시 <인왕산 자락길>로 나와서 전망대를 지나 조금 걸어가면 초소백방이 나옵니다.

[걸어서 오기②] 청운동 또는 부암동 쪽에서 걸어 오는 경우 <윤동주 문학관>에서 출발하면 대략 1km 정도의 거리입니다. <인왕산 자락길>, <인왕산 숲길> 중에 선택해서 올 수가 있습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인왕산 전망대> 부근에서 등산로를 타고 윗쪽으로 올라와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초소책방이 나옵니다.

[대중교통 + 걸어서 오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걷는 코스를 가장 짧게 하는 방법은 광화문KT 앞 마을버스 정류장이나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경복궁역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종로09번]을 승차하여 종점인 수성동계곡에서 하차한 후, 150m를 걸어서 수성동계곡을 지난 후 <인왕산 숲길>과 <등산로>를 타고 <인왕산 자락길>로 나온 다음 오른쪽으로 걸어오면 됩니다(설명을 쉽게 하자면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와서 자동차 길까지 나오면 됩니다). 수성동계곡에서 초소책방까지 직선거리로는 230m입니다.

[승용차로 오기] 초소책방에는 8개의 차량만이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주차 공간이 있습니다. 근방에는 다른 주차 공간이나 공영주차장이 없어서 난감할 수가 있습니다. 승용차로 오는 경우 사직공원을 끼고 우회전하여 인왕산로를 따라 약 1.7km를 올라오거나, 반대 방향에서 오는 경우에는 부암동에서 북악산로와 인왕산로로 갈라지는 곳에서부터 약 900m 정도 내려오면 됩니다. 만약 먼 곳에서 승용차로 오시는 경우에는 세종로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위의 [대중교통 + 걸어서 오기] 안내에 따라서 오면 됩니다.

초소책방을 찾아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작은 여행길이며, 역사 탐방이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체험입니다. 초소책방은 여행객, 탐방객, 산책인, 등반인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합니다. 발걸음도 쉬어가고 마음도 쉬어가는 곳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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